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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초반까지는 낮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가는 날이 계속되어 아직 여름인가 했는데, 가을이 서둘러 오느라 그랬는지 갑자기 하루에 100밀리 넘는 비가, 그것도 늦은 오후에 집중해서 쏟아졌습니다. 홍동천을 비롯해서 길가에도 물이 마구 흐르고 개월마을 곳곳에도 빗물이 무섭게 흘렀지요. 

 

 이틀쯤 후, 비가 그치고 햇살 가득한 오후에 마을을 돌아보았습니다. 한창 꽃 피던 키 큰 들깨가 휘어지고 꺾어지며 단체로 드러누웠고, 빽빽하게 서 있던 수수들도 한쪽으로 왕창 쓰러졌습니다. 경사면 곳곳에 할퀸 것처럼 흙무더기가 조금씩 떨어져나간 것이 보입니다. 그나마 바람은 크게 불지 않아서 벼가 그럭저럭 서있긴 하지만, 논바닥이 다시 마르려면 한참 걸릴 듯합니다. 온갖 수확을 앞두고 뿌듯함보다 걱정스러움이 앞서네요.

 

 마을회관 앞 논가에 예전 빨래터가 보입니다. 마을 아주머니들이 여기 모여 물도 길어가고, 기저귀 빨래도 하면서 이야깃소리가 끊이지 않던 장소라던데,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어요. 여기서 마을회관 반대편으로 죽 올라가다 보면 이전에 마을회관으로 썼던 작은 건물이 나오는데 그 옆은 방앗간 자리랍니다. 방앗간이 왜 이렇게 높은 곳에 있었을까. 여기까지 쌀을 지고 오기는 힘들어도 가는 길은 수월했을까요.

 

 마을을 빙 돌아 출발점으로 향하다가, 커다랗고 아름다운 꽃 앞에 멈춰 요리조리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던 길에도 마을 어른 한 분이 꽃을 심고 계셨고, 여기뿐 아니라 집집마다 온갖 꽃들이 피었습니다. 요즘 조금은 여유로워진 덕분일까요. 예전에 먹고 살기 바쁜 시절에도 집 앞에는 예쁜 꽃들이 피었는지, 궁금해집니다.

한풀 꺾인 곳곳을 정리하는 올해의 마지막 예초기 소리와 함께 이제 가을로 들어섰습니다. 거두고 키우고 심는 모든 일들이 가급적 무사하기를, 꽃을 사랑하는 우리 마을 모든 분들이 별 탈 없이 풍요로운 가을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글/사진 : <월현리 개월마을> 마을기자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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