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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27일, 멀리 라오스에서 농번기 홍동면을 찾아 상반기 함께 일한 라오스 근로자들이 하반기를 기약하며 출국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라오스 근로자 사업 총괄을 맞은 홍동농협 이경주입니다. 2024년 홍동농협은 충청남도와 MOU를 맺은 라오스 근로자 20명과 계약을 맺고 상반기 0~월 동안 사업을 시행하였습니다. 상반기 활동을 돌아보며 홍동면 주민여러분께 그간의 소회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사업으로, 지자체와 MOU를 맺은 국가의 근로자와 농협이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 일당제로 근로자를 파견하는 방식입니다. 처음 충남도청과 홍성군청에서 사업을 제안하였고,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을 결정되면서 급한 마음에, 시범사업을 하였던 당진의 대호지농협에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이렇게 인연이 닿은 친절한 대호지농협 이인우 상무님과는, 집에 있는 마누라보다 더 많은 통화를 하였답니다.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독자적인 시스템을 만든 것 등등 도움 되는 많은 정보를 알려주셨고, 가장 제일 중요한 것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이 사업, 재미있습니다. 재미있게 일하면 즐겁잖아요. 저희는 몽골 근로자들에게 대호지농협직원이라 말합니다.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동료로써, 사람과 사람으로 대해주면 됩니다.” 선배의 응원으로 용기가 생겼습니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고민하다 우선 시작한 일이 의료 문제입니다. 90일 비자로 들어오는 라오스 근로자들은 산재보험만 적용을 받기에,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홍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우리동네의원과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라이프케어충청에 어렵사리 사업 취지 등을 말씀 드렸습니다. 답변은 빨랐습니다. “우리도 돕고 싶다.” 두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였고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한 지원받았습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며 철저히 준비했지만, 역시 실전은 실전이었습니다. 계획과 달리, 날마다 다양한 돌발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행정절차가 늦은 라오스 정부는 4월초에 입국하려던 근로자들을 4월29일과 30일 보내주었습니다. 당초 계획보다 입국 일정이 늦어지면서, 일을 맡기려는 농가가 예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여러 돌발 상황 가운데 제일 힘들었던 것은, 통제 불가능한 ‘비’였습니다. 비가 오면 모든 일정이 취소가 됩니다. 그리고 비로 질퍽해진 밭 작업은 며칠씩 연기되거나 취소됩니다. 낙천적었던 라오스 근로자들이었지만, 장기간 비가 이어지고 우천으로 작업 취소가 계속되자, 일을 할 수 없어 불안해하였습니다.

 

일이 없는 라오스 근로자들은 언어의 장벽도 높아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통역사 김영래 주임은 중학교 학생들과 친선 축구 경기를 주선하였고, 치맥파티를 열어주는 등 일이 없는 여가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였습니다.

 

홍동농협은 라오스 근로자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홍보를 진행하였습니다. 전단지와 명함을 제작하였고 자막방송, 현수막, 단체문자, 홍동면체육대회 등등으로 알렸습니다. 홍성군 농업기술센터에서 공공형 계절근로에 대한 발표회도 하였습니다. 초판으로 찍었던 명함 400장이 바닥을 보이고, 다시 추가주문을 할 때쯤, 공공형 계절근로자와 함께 일한 농가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홍동면 농가들의 예약이 늘어났습니다. 홍동면 뿐 아니라 장곡면, 금마면, 홍성읍, 서부면, 갈산면 등등 인근 농가에서도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토요일도 일요일도 밤낮도 없는 시기가 시작됐습니다. 아침 6시에 근로자들을 준비시켜 보내기 위해서, 이제 5시 기상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새벽 4시부터 밤 12시에도, 농협에는 예약과 취소, 각종 민원전화는 계속 울렸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라오스 직원들에게 그렇게 원하던 일이 생기는 것이니까요.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농가와 근로자 사이에 유대관계가 생기기 시작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에는 농가에서 번호로 불리던 직원들이 점점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퇴근길 감자나 양파 등 농산물을 챙겨주시는 농가도 늘어났고, 반찬을 따로 싸주셨던 농가도 있었습니다. 호칭도 어머니 아버지가 되었고, 근로자들에게 장난스런 표정과 미소가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홍성 지역에서 미용봉사도 2번이나 진행하였습니다.

 

많은 농가들과 일을 하다보니, 우리 근로자가 일을 시작하는 시간과 식사제공, 도시락, 근무시간과 휴식시간 등등 다양한 문제들이 농가와 근로자들 사이에 생겨났고, 새로운 우리만의 방식을 찾아나가면서 사업은 안정적으로 정착이 되어갔습니다. 특히 본 사업의 담당자로 채용된 이유나 주임과 통역사로 채용된 김영래 주임의 공이 제일 컸습니다. 아침마다 도와준 이문표 계장을 비롯한 홍동농협의 많은 직원들이 도움도 있었습니다.

 

공공형 계절근로는 가장 바쁜 농번기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보니, 농가의 많은 어르신들께서 고맙다고 말씀하십니다. 또 그동안 부르 게 값이던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일단 상승을 억제하였다고 하십니다. 어느 회의에서 한 참가자는 “홍성군에 500명의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임금이 2만원 덜 상승했다면, 홍성군의 농가들은 하루 1,000만원의 영농비가 감소한 것이다. 이것이 공공형 계절근로의 효과다.”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홍동농협은 상반기 20명의 근로자에게 하반기 재계약을 요청하였고 개인사정이 있는 5명을 제외하고 15명과 계약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이제 하반기가 되면, 상반기 근로자들은 하반기 신규들의 멘토 역할을 해 줄 것입니다. 그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직원들도 빠른 적응이 될 것입니다. 하반기에는 갑자기 ‘비’가 내린다고 해도, 상반기 동안 신뢰 관계가 쌓여 왔기에, 더 이상 근로자들은 불안하지 않을 것입니다.

 

홍동농협 주정산 조합장은 “농가는 일년에 1~2일 모내기를 하지만 라오스 친구들은 한 달에 20번 이상 모내기를 경험하였다. 우리보다 더 경험이 많은 일 잘하는 베테랑이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들은 홍동면에 꼭 필요한 주민이 될 것입니다.

90일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아보니 제법 많은 사진들이 있었습니다. 사진은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우리도 그들도 서로 많은 부분이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번에 홍동에서 추억을 담은 사진들을 정리하여 사진첩을 만들었습니다. 선물로 건네준 사진첩을 받아 든 라오스 직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하였습니다.

 

라오스로 떠나기 전 숙소로 사용하던 김애마을 주변 제초작업을 하였습니다. 하반기에 다시 돌아 올 직원들은 옷을 비롯한 다양한 짐을 맡겨놓고, 당장 라오스로 가져갈 것들만 챙겼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밤이 되었다. 그들은 8월에 다시 입국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당장은 이별이라, 제일 어린 직원이 먼저 울기 시작했습니다. 한명 두명씩 서로 포옹하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습니다. 라오스로 떠나는 날, 몇몇은 기도를 하며 행운을 비는 팔찌를 손목에 묶어주었습니다. 곧 다시 건강하게 만납시다!

 

글/사진 : <홍동농협> 과장 이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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