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제를 금합니다.)
본격적인 농사철입니다. 날이 풀린 만큼 사람이 심은 작물도 하루게 다르게 자라고, 주변의 여러 풀들도 돌아보면 자라 있습니다. 그만큼 일이 많아졌습니다. 사람이 의도적으로 심은 것들에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매거나 베어주어야 하니까요. 학교도 1학기 수업이 끝나고 오전과 오후에 모두 농사실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내기할 준비에 슬슬 들어가고 있습니다. 볍씨는 파종해서 육묘장에서 모를 잘 키우고 있고, 논둑을 베고 로터리를 치고 물을 대며 올 한해 논농사를 예열 중입니다. 그동안 해왔던 밭일에, 매일 아침저녁 논에 물이 잘 차고 있나 확인하는 일상이 더해지겠지요. 아직은 그렇게 더운 날씨는 아니어서 낮에도 일을 할만 합니다만, 이제 곧 새벽과 느지막한 오후에 일을 해야겠습니다.
하루하루가 참 빠르게 갑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먹고 밤에 잠이 듭니다. 생활이 참 단순합니다. 한 번씩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찾아들기도 하지만, 몸을 움직여 일을 하다보면 그런 생각을 했었나 싶게 자취를 감춥니다. 이게 그리 나쁜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대해진 자아와 자의식이 적절하게 작아지는 것 같습니다. 너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런 느낌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현실’에 있어, 이런 배움이 무슨 쓸모가 있냐고 한다면 채 영글지 못한 제 몸과 정신으로는 크게 반박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동안 제 인식 밖에 있던 자연이라는 타자에 친숙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필연적으로 사람에게 한계와 그 한계 안에서의 자기의 필요, 그리고 겸손을 알게 합니다.
일! 일에 대해 한 번씩 생각합니다. 왜 밭에 오래 붙어 있으면서 풀을 매거나 베어야 할까. 왜 어떤 작물은 두둑을 두텁게 해야 하고, 지주를 세우고 순지르기를 해주어야 할까. 논농사 준비는 왜 이렇게 할까. 이런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의 끝에는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필요의 끝에는 ‘먹고 살려고’가 있겠지요. 한정된 조건 안에서 자기의 필요와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일을 합니다. 지금이야 불로소득이 자랑이 되는 시대이지만, 일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것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타자와 만나게 되는 장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의 필요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요? 어디부터 어디까지라고 한계지어야 할까요?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2024년 5월 21일 풀무학교 전공부 식구들 올림
글/사진 : < 풀무학교 전공부>
'홍동 뉴스《마실통신》정기 발행 > 194호_2024년 6월호_0601 발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실통신 6월호] 홍성의료복지사협 우리동네의원 새소식 (0) | 2024.05.27 |
---|---|
[마실통신 6월호] 풀무학교 고등부 새소식 (0) | 2024.05.27 |
[마실통신 6월호] 홍성여성농업인센터 새소식 (0) | 2024.05.27 |
[마실통신 6월호] 홍동초등학교 새소식 (0) | 2024.05.27 |
[마실통신 6월호] 동네마실방 뜰 새소식 (0) | 2024.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