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이어지고 있어요. 비가 내리지 않으니 풀조차도 힘겨워 잘 자라지 못할 정도지만 작물과 꽃들이 천천히 자라며 가뭄을 이겨내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갖가지 꽃(캐모마일, 수레국화, 메리골드, 잇꽃(홍화), 당근, 고수, 상추, 구름꽃, 좁쌀풀)이 텃밭정원 곳곳에 피었어요. 메리골드는 양배추 밭 사이사이 피었고 당근꽃은 아기 주먹처럼 큼직하게 모여 피였어요. 콜라비 옆 고수는 꽃을 예쁘게 피워 올렸어요. 케모마일은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고 구름꽃은 꽃인 듯 구름인 듯 몽한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어요. 틀두둑 덕분에 ‘어디가 두둑이고 어디가 고랑이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풀 걱정은 여전합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누구는 갑자기 일자리가 생겼고 누구는 녹색당 선거운동으로 정신이 없었고 누구는 환경운동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그래도 풀과 함께 자란 양파는 바알갛고 싱싱한 빛깔을 반짝입니다. 수확시기를 이미 넘긴 듯 한 누런 빛깔의 보리와 밀은 개망초 꽃과 사이좋게 자리 잡고 있어요. 애플민트와 초코민트는 터주대감 마냥 단단히 자리 잡아 키가 제 허리만큼 자랐어요. 누가 풋콩을 따먹기는 했을까? 공동텃밭의 완두콩은 씨로 쓰기 좋을 만큼 자알 익었습니다. 지난해 가을, 삽으로 호미로 캐다가, 캐다가 포크레인이 와야할 것 같다며 포기하고 말았던 우엉. 온 밭으로 씨를 흩날려 아기 우엉들을 곳곳에 키웠고 기세 좋은 모습으로 당당하게 자라 있어요. 자연의 질긴 생명력을 보며 ‘지구의 지배자는 식물’이라는 말이 다시 떠오릅니다. 지난해 풍년이었던 오이, 참외 등 박과작물의 씨를 열심히 받아 갈무리 해두었어요. 올해 그 씨앗들을 심으며 뿌듯함을 느꼈는데... 참외, 수박은 발아에 실패했어요. 저 때문에 텃밭정원 참외 농사를 망친 것 같아 회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아! 그러고 보니 미안한 일이 한 가지 더 있어요. 지난해 봄, 마을 어르신이 캐내어 도로 위로 집어 던지시던 돼지감자를 주워다가 텃밭정원에 심었어요. 돼지감자가 조금 자랐을 때 콧바람이 ‘이제 온 텃밭이 돼지감자 밭이 될 것’이라며 겁을 잔뜩 주기에 눈물을 머금고 모두 캐냈어요. ‘흥! 캐내면 될 것 아냐?!’ 반항심 가득 품고서... 그런데! 돼지감자는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았어요. 기풍당당하게! 뜨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돼지감자는 주홍글씨가 되어 늘 저를 따라 다닐 것 같습니다. 흠흠... 글, 사진 ; 류승아 |
'홍동 뉴스《마실통신》정기 발행 > 124호_2018년 7월_0701 발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실통신 7월호] 우리마을뜸방 소식 (0) | 2018.06.26 |
---|---|
[마실통신 7월호] 홍동자원봉사 거점센터 소개 (0) | 2018.06.26 |
[마실통신 7월호] 낮뜰, 하절기 특별 할인 행사 (0) | 2018.06.26 |
[마실통신 7월호]홍성여농센터 새소식 (0) | 2018.06.26 |
[마실통신 7월호] 풀무학교 전공부, 실습기간 이야기 (0) | 2018.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