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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17일 토요일 신기리 신촌 마을 걷기를 하였다. 여전히 무더위다. 여름 날씨가 폭력적이다. 한동안 언제 그칠까 싶게 장대비가 쏟아지더니만, 이제는 언제 끝날까 싶게 무더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비 예보가 있어 비가 오면 우산으로 더우면 양산으로 쓰자고 우산을 챙겼다. 더위도 이제 끝물임을 알리는 입추가 전 주에 있었고, 말복도 며칠 전에 지났다. 그럼에도 폭염에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안내가 연일 이어진다. 홍동천이 녹색으로 변해 안타까웠는데 전날 잠시나마 비가 내려 홍돈천 물이 조금 맑아졌다.

 

신기리에는 만경, 반교, 신촌 마을이 있는데, 만경과 반교는 지난 번에 둘러보고 이번은 신촌를 둘러보았다. 홍성역에서 홍동으로 들어오는 버스를 타다 보면 골프장이 보인다. 골프장이 들어선 게 자연스럽지 않게 보였다. 그 지역이 신촌이었구나. 80년대 화성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영화한 <살인의 추억> 촬영장소가 신촌에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영화를 찍을 때만 해도 화성은 대도시가 되었으니, 영화 속 으스스한 농촌의 풍경에 현실의 농촌 풍경이 택해졌다. 신촌은 도로가 지나가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실제 마을이 쪼개져 있다고 한다.  뺏뽀저수지라고 불리는 홍양저수지가 마을과 가깝다.  

 

무더위인데도 25명 정도의 주민들이 참여하였다. 주민자치회에 애써 일하시는 분들, 동네에서 오고 가며 이미 친구가 된 분들, 걷기에서 만난 분들, 프랑스와 미국에서? 오신 분들, 이제는 면면이 거의 익숙한 분들이다. 서로 보고 같이 걷고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먹는 것이 마을 탐방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이다.

 

마을회관에 이장님이 미리 와서 인사를 하였다. 이주한지 4년 된다고 한다. 4년 생활로 마을의 살림을 맡는다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원주민들이 고령화되고, 귀농귀촌민들이 많아지지만 마을 일에 관심을 갖고 책임있게 꾸려갈 분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게 마을 사정이다. 마을에 여러 일들이 있는데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다른 마을에 비해 낙후되었다고 말씀하신다. 낙후되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걷기는 마을회관에서 출발하여 홍양저수지 둘레를 걸어서 마을회관으로 오는 코스로 잡았다. 오전인데도 찜통이다. 얼음물과 얼음커피가 인기다. 조금 걷다가 아 안되겠다. 더워서 모두가 걷는 것은 무리가 있으니 중간에 일부 팀은 정자에서 남아 마을 사정에 대해 자유 토론을 하고 원하는 일부 팀은 원래 계획대로 저수지 둘레길을 걷는 것으로 나누어졌다. 언제 또 와보겠냐 싶고 함께 걷는 사람들이 있을 때 걸어보고 싶어 나는 걷기에 동행했다.  

 

홍양저수지는 홍동에서 가장 큰 저수지라고 한다. 홍양은 홍성의 옛이름이다. 19454월 저수지  공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여러 마을의 농수를 보급하는 중요한 저수지로 일제 때 준공이 되었다고 한다. 주민들에게는 빼뽀라고 많이 불리는데 이름이 특이하였다. 옛날부터 불리던 빼들벌판에 물을 대는 보라 해서 뺏뽀라 불렸다고 한다. 지역의 이름들에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지금은 농수 뿐만 아니라 전국의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한다. 바람에 쓸리고 외부인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쌓여 마을의 골치거리라고 한다.

 

저수지 주변에는 둘레길이 조성되었고, 이주민들이 들어와 지은 것 같은 이쁜 집들이 군데 군데 서있다. 땡볕에 그늘이 없어서 둘레길을 걷기가 쉽지 않았다. 주변에 나무를 심으면 그늘이 있어 좋을 것 같은데, 나무를 심으면 조망권이 가려서 주민들이 싫어해서 나무를 심지 않았을까. 저수지가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이주민들이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주변에는 팬션과 모텔도 있는데 팬션에는 단체 모임이 있으면 가끔씩 이용한다고 한다. 도로로 갈린 마을, 저수지 주변에 거리를 두고 들어선 이쁜 집들, 쓰레기, 골프장, 낙시꾼, 팬션,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은 모텔, 이장님이 낙후되었다고 툭 던진 말들이 섞이면서 이런 저런 상념들이 일어났다.

 

2010년대 신촌마을은 농촌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하여 관광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것 같다. 그 때 만들어진 것이 지금 걷고 있는 산책로다. 홍양저수지의 개발 관광지화는 지금도 정치인들의 단골 선거 공약이라고 한다. 도농교류를 활성화하고, 광장, 휴게실, 산책로, 주차장, 캠핑장, 힐링공원을 조성한다고 하지만, 국토부, 농어촌공사, 군정부의 속내와 관심, 행정방향은 다르고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관광지를 만드는 게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 결과는 주민들에게 어떻게 돌아올 것인지에 대해 마을 주민들과 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충분한 공론화를 하지 못하였던 것 같다. 인구가 줄어들고 소외된 농어촌 마을을 부자로 만들겠다고 관광특구, 마을체험, 마을축제 등 여러 사업들이 마을에 들어 왔지만, 사업과 돈이 들어와 오히려 주민들의 인심이 조각나고, 주민들이 스스로 주인이 되고 마을이 살아나는 게 아니라, 상담전문가들이 만들어낸 고액 계획서와 공사만 해놓고 쓰지 않고 방치된 건물과 공간들이 마을살리기 사업의 현실이었다는 지적들도 많다.  

 

한 때는 마을 주민들이 협력하여 시멘트 블록공장도 운영하고, 정미소, 떡방아간, 공동취사장 등도 추진하였지만 지금은 옛일이 되었고 주민들 스스로 낙후된 마을이라고 생각한다. 왜 사라지게 되었을까. 주민 스스로의 협력과 나눔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마을은 존재하기 어려운 것 같다. 콩 한조각이라도 나눠 먹으면 맛있고 배부르고 또 정 들고, 실없는 이야기라도 나누면 외롭지 않고, 어려운 일, 기쁜 일, 슬픈 일을 나누면서 신뢰도 커지고 마을도 건강해진다는 것을, 마을은 오랜 시간의 나눔으로 존재하였다는 것을,  마을은 나눔이고 나눔이 공동체고 자치라는 것을 아주 짧은 시간에 잊고 잃어버린 결과가 지금 돌아오고 있는 게 아닐까. 지금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2024817일 토요일 홍동면 신기리 신촌 마을 걷기 기행문, 박경숙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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