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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길을 걸어가다가, 이웃 아저씨 한 분을 만나 얘기를 나눴습니다. 아저씨도 몇 해 전에 이장을 하셨지만, 아저씨의 아버지도 아주 오래 전에 이장을 하셨다고 하네요. 그 당시, 개월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는 두 고갯길을 차가 다닐 수 있는 길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게 원래는 오솔길이었다는 얘기를 앞의 밭에 계시던 아주머니께 얼핏 듣기는 했지만, 저처럼 도시에 오래 살았던 사람은 모든 길들이 그냥 저절로 생긴 줄 알지요. 아저씨의 아버지가 이장을 하실 때 면서기들을 찾아다니며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득하고, 마을 분들이 다 나와서 한 손씩 거들어서 길을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그 때는 마을방송시설이 없으니, 때 되면 그 예전 이장님의 어린 아들들이(아저씨 포함해서...) 징을 하나씩 들고 이곳 저곳으로 가서 치면 마을 분들이 길 만들러 나오셨다고 해요.

 

개월마을은 평야지대가 아니라서 논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고 높낮이가 있다 보니 크지 않은 밭들이 층층 자리잡고 있어서 마을 분들이 농사로 먹고 살기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저씨도 한 때는 마을 밖에서 장사를 하셨다네요. 그러고 보니,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시는 앞의 밭 아주머니도 젊어서는 장사를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을의 젊은 분들이 나서서 아저씨 포함 다섯 명이 영농조합을 만들어 소를 키우기 시작해서 돈을 벌었고 그걸 보고 다른 분들도 앞다퉈 키우다 보니 어느새 개월마을은 소를 많이 키우는 마을이 되었습니다. 집에서 고갯길 따라 마을회관으로 가다보면 사람보다는 주로 소들과 우수수 눈이 마주칩니다.

 

농촌 마을이라고 하면, 매년이 그대로 반복되는 조용하고 변화 없는 공간일 것 같지만 사실은 가족들과 먹고 살기 위해 또는 다 같이 잘 사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애쓰며 변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떻게 변화해갈 지 모르지만, 저도 마을의 일원으로 함께 만들어갈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글/사진 : <월현리 개월마을> 마을기자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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