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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새내기 유권자들의 생애 첫 투표이야기

 

 코로나19로 집 밖 출입을 삼가고 있는 시기이지만, 오히려 역대 최고 투표율을 보인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지난 415일 치러졌습니다. 바뀐 선거제도로, 이번 선거는 만 18세 유권자들이 처음으로 참여하는 첫 선거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새로 유권자가 된 만 18(2001417~2002416일생)는 전체 유권자 가운데 1.2%를 차지했고 이 중 약 14만 명이 현재 고등학교 3학년입니다. 홍동 지역의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3학년에서 투표권 있는 학생은 모두 14명이랍니다.

 여러분은 처음 투표하던 날을 기억하시나요? 이번에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홍동 지역 만 18세 새내기 유권자들의 소감을 담아보았습니다.

 

 

 

언제부터 붙어있었을까. 갓골로 가던 중 현수막 하나를 우연히 본 적 있다. “아름다운 선거 18세부터 시작됩니다.”(2002.4.16이전 출생) 나는 자전거를 세우고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현수막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익숙한 배경에 단순한 내용이었다. 선거가 아름다운 것도 내게 투표권이 생겼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기대한 적 없던 편지가 책상 위에 놓여있는 것을 보았을 때처럼, 설레는 놀람이 자아내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잠시 서 있었다. ‘이제 나도 투표를 할 수 있다니. 앞으로는 학생들도 교육감을 뽑을 수 있겠네. 코로나19는 괜찮을까. 이번 총선이 중요하다던데.’ 이런저런 생각들이 찰나에 스쳐 지나갔다. 나는 어색한 설렘을 품고서 가던 길을 마저 걸었다.

하루 이틀이 지나 사전투표일이 다가왔다. 집안에선 이른 아침부터, 투표를 하러 가자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투표하기에 앞서 사거리에 저마다 걸려있는 현수막들을 본 것 말고는 후보들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국가혁명000당의 큼지막한 공약들을 제외하고는 아직 후보들의 공약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나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정당에서 배포한 공약집들을 찾아 정신없이 읽어나갔다. 예상보다 우리가족들의 투표욕은 강했고 공약집을 모두 읽어보기도 전에 일찌감치 투표소로 가게 됐다.

선거 덕분에 졸업 이후 처음으로 홍예관(홍동초등학교 체육관)에 들어갔다. 형과 한두 걸음 거리를 두고 차례를 기다리다 체온 확인을 마친 후 비닐장갑을 건네받았다. 장갑을 받고 옆으로 돌아선 순간, 제일 먼저 나란히 선 기표소가 눈에 들어왔고 큼지막한 투표함과 투표용지를 나눠주는 모습들이 연이어 시야에 담겼다. 자잘한 전율이 일어 온몸에 퍼졌고 알콜 냄새나는 손으로 민증 대신 여권을 꼭 쥔 채 조용히 차례를 기다렸다. 짧은 절차를 지나 길고 긴 투표용지를 받아들었다. 나의 긴장은 기표소에서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최고조에 이르렀다. 사람이 나옴과 동시에 얼른 안으로 들어간 기표소는 생각보다 아늑하니 편안했다. 도장을 집어 정당을 확인하고 방학 중 가장 높았던 집중력으로 한 번 두 번 투표를 해냈다. 행여나 도장이 번질까, 용지를 위아래로 몇 번 흔들어 말린 다음 좌우로 꼭꼭 접었다. 기도라도 하듯 간절한 투표를 마치고 투표함에 나의 간절한 희망을 넣어보냈다. 투표를 마치고 난 뒤에 느낌은 홀가분했다. 그렇게 나는 흡족한 마음으로 투표소를 나와 속으로 크지만 조용한 자축을 하며 가족들 사이로 걸어갔다.

선거가 끝나자 눈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사라졌다. 선거와 관련된 현수막도 벽보도, 모두 정리되었다. 시끌벅적했던 선거 유세도 사라졌다.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들은 국회로 나아갔고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문득 사라지지 않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번 코로나19속에서 피워낸 선거가 얼마나 기적이었는지를, 이번 개표의 결과가 얼마나 놀라웠는지를, 나의 첫 투표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눈을 감고 떠올려본다.

 

/사진: <팔괘리 송정마을> 이재영(풀무고 3학년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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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빨리 첫 투표를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기쁘긴 했다. 전에 부모님 따라 투표소에 몇 번 갔었는데 올해 총선은 코로나 때문에 난생 처음 보는 투표소 풍경이었다. 지역구 용지에 한 번, 비례대표 용지에 한 번 찍고 나오는데 별 감흥을 못 느꼈다.

저녁에 개표방송을 보는데 그제서야 내가 투표를 했고, 새로운 국회가 들어서는 데에 한 표를 보탰다는 기분이 들었다. 신문을 보면서 국회는 일 처리를 왜 저렇게 하는지, 저 사람은 말을 왜 저렇게 하는지, 국회에서 왜 싸움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탄식뿐이라 답답했는데 투표권이 생겨 기쁘다.

고작 '한 표, 나 한 사람' 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이미 하나하나의 촛불이 모여 어떤 혁명을 일으켰는지 겪었기에, 나는 한 표의 힘이 결코 작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여러 선거들이 이제 다른 사람들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 된 것도 좋다.

투표를 해보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우리나라에서 현재 민주시민교육과 선거, 투표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고 느껴져 아쉬웠다. 또 학생 신분일 때 교육감 투표를 할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래도 나는 못 했지만, 누군가는 하게 되어 그걸로 충분히 족하다.

투표권을 얻게 되어 다행이다. 청소년들이 더 일찍 정치, 시사에 관심 갖게 되어 다행이다. 투표권을 얻은 책임으로 가장 첫 번째로 할 일은 내가 뽑은 사람들이 국민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잘 지켜보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관심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나부터 먼저 노력해야겠다.

/사진: <문당리 문산마을> 조성빈(풀무고 3학년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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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선거법이 개정되어 만 18세 이상부터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죠. 정확히 만 18세인 저는 덕분에 소중한 한 표를 얻었답니다.

그동안 뉴스로 보기만 해왔던 선거에 직접 참여한다니, 가슴이 웅장해지기도 하고 어린 마음에 괜히 들뜨기도 했습니다. 줄곧 투표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사람의 가치관은 부모님께 크게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덧 제 마음속에도 이 당은 좋은 당, 저 당은 나쁜 당하고 뿌리 깊게 내린 선입견이 생겼습니다. 저는 굳이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평소 좋은 당이라 생각했던 정당에 한 표를 행사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점점 선거일이 다가오니 막상 마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긴장감이 들기도 하고, 젖은 솜처럼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진 것 같았습니다. 내 선택이 내 지역의, 내 나라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결코 경솔히 판단해선 안 되겠다 느꼈습니다.

공보물도 몇 번에 걸쳐 꼼꼼히 읽고, 공보에 미처 다 기재하지 못한 세부 공약들과 소수정당의 목소리는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들었습니다. 각 후보자의 일생과 정당의 역사에 대해서도 뜯어보았습니다. 그래도 선거 전날까지 마음이 갈팡질팡하더군요. 원래 제가 정책을 평가하는 방식은 좋다, 나쁘다가 전부였지만, 이번에는 그중에서 최고로 공감하는 정책을 딱 하나골라 결정해야 했으니까요. 권리에 따른 책임감이란...

첫 선거를 함께한 친구들과 소감도 나누었습니다. 어설퍼 보여도 이제 엄연한 우리 사회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저와 친구들, 그리고 이번에 첫 선거를 마친 청년들 모두 올곧은 시야를 지닌 민주시민이 되길 바랍니다. 여러모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 <운월리 창정마을> 박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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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하면 생각나는 나의 첫 기억은 갓골어린이집에서 선거 포스터와 후보들의 공약용지를 보면서 선거가 무엇인지 배운 것이다. 그 당시 노무현 대통령님 선거 포스터를 본 것이 기억난다. 두 번째 기억은 초등학생 때 아빠 따라 홍동초등학교에 갔던 것이다. 분명 쉬는 날이었는데 나는 아빠와 학교에 왔고, 초등학교에는 내 친구들 또래가 아닌 어른들이 많이 와 있었다. 이후 선거일 하면 생각나는 기억들이 정말 많다.

투표권이 없던 19년 동안 스쳐 지나가는 선거일에 대한 추억은 노는 날이라 생각하기도 했고 후보자들의 얼굴, , 성별만 보고서 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할 만큼 아주 낮은 수준의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점점 자라면서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지 배우고 깨닫게 되었다. 몇 년에 한번씩 오는 선거를 매번 맞이하면서, 선거에 대한 나의 태도와 생각이 점점 성장해가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갓골어린이집, 홍동초, 홍동중, 꿈틀리학교, 풀무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반장부터 전교회장과 학생회장과 학우회장 등등 많은 선거를 겪었다. 투표권이 없었지만, 19년 동안 내가 속해있는 작은 사회의 선거를 차곡차곡 경험한 것이다. 민주주의, 촞불 혁명, 세월호, 검찰개혁 등등. 내 세대의 민주화운동으로 우리가 만드는 국가, 주인의식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매번 치러지는 선거결과에 긴장하게 됐다. 투표권이 없던 나의 19년 동안 올바른 선거의식을 쌓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2020, 드디어 투표권이 생겼다. 이번 총선은 만 18세 선거로, 갓 스무 살이 된 내 친구들과 다 같이 선거할 수 있어서 기뻤다. 선거철이 되자, 홍동 농협과 마을회관에 쭈르르 나열되는 후보자들의 사진과 공약집을 보며 유권자의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나의 첫 선거,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첫 투표인 만큼 선거장에서 덜덜 떨었다. 혹시나 내가 실수해서 무효표가 되지 않을까? 실수로, 내가 생각했던 후보가 아닌 사람의 이름 옆에 도장을 잘못 찍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긴장하며 치룬 첫 선거 소감은 오랜 시간 기다림 끝에 온 나의 첫 선거를 잘 치뤘다.” 이다. 앞으로 유권자로서 국가와 지역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지고 살아가야겠다.

 

: <월현리 개월마을> 주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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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날 아침, 일하러 가기 전에 화신리 보건소에 가서 생에 첫 투표를 했습니다. 투표용지를 받고 기표소에 들어가서 미리 생각해둔 후보의 이름 옆에 도장을 찍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도장을 찍은 이 종이 한 장이 투표 결과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까?’ 내가 투표를 하든 말든 변하는 건 없을 것 같았습니다. 뭐랄까 드넓은 바다에 물 한 컵을 붓는 느낌이랄까요? 내가 아주 작은 사람이 된 것처럼 막막함을 느꼈습니다.

 내가 막막함을 느꼈던 건 결과만 바라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결과는 중요하지만, 결과 만큼이나 나 하나부터 시작되는 그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컵에 담긴 물 한잔이 바닷물을 차오르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 넓은 바다가 고작 물 한잔으로 차오르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건 나 혼자 이 바닷물을 채울 수 없다는 게 아니라 내가 부은 그 물 한잔이 바다를 이루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방울이 모여서 만들어진 바다에 내 물방울들을 부어 바다를 이룬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물 한 컵에 매우 많은 물방울이 들어있으니까 나는 바다를 이루는데 꽤 큰 공을 세운 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의 물방울은 아주 조그마하지만, 물방울이 모이고 모여 드넓은 바다가 되는 것처럼 나 하나쯤이 모여 내가 사는 이 세상을 꾸려나간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그럼 이제 나 하나쯤의 가치를 알았으니 작은 실천과 행동들을 소중하게, 신중하게 여기며 살아가야겠습니다.

 

: <금평리 김애마을> 손하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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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투표를 마치고

 투표: 선거 또는 어떤 안건의 가부를 결정할 때, 일정한 표에 의사를 표시하여 지정된 곳에 냄.

 2020년 4월 15일, 첫 투표를 했다. 내 손으로 직접, 내가 지지하는 후보와 정당에게, 유권자로서의 권리이자 의무를 행사했다. ‘내가 투표를 하다니, 진짜 어른이 된 건가’ 라는 생각에 신기하고 뿌듯하기도, 두렵고 얼떨떨하기도 했다. 투표는 처음이라, 투표소에서 조금 긴장을 했다.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을 때 잘 안 들어가서 민망했다. 누가 내 투표용지를 봤으면 어떡하나 걱정 아닌 걱정을 하기도 했다. 당당한 걸음으로 들어가 망설임없이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고 멋지게 나와 인증샷을 찍는 것. 내가 바라고 상상했던 이상적인 투표와는 많이 달랐다.
 투표는 내가 기대했던 만큼 짜릿하거나 대단하지 않았다. 그저 그랬다. 왜 그랬을까? 오래 기다려왔던 순간인데 왜 그저 그랬을까? 내 한 표가 내가 원하는 만큼의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서였나. 아니면 어렵게 바뀐 선거제도가 허울 좋은 명목이 되었다는 것에 실망해서였나. 잘 모르겠다.
 그동안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투표를 했을까. 어떤 집단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 그래도 최악은 피해야겠다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 세상이 언젠가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맹목적인 희망? 국민으로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는 의무감? 무엇이 사람들을 움직여 투표소에 오게 만들었을까. 그들은 어떤 생각을 거쳐 어떤 심정으로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었을까. 또 나는 어떤 마음으로 내 한 표를 누군가에게 던졌을까.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이 새삼스레 궁금해진다.
 내가 던진 한 표가, 우리가 던진 여러 표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 최악을 피하기 위해 어떤 집단에 표를 몰아주는 것이 아닌,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은 채 맹목적으로 한 곳을 향해 서 있는 것이 아닌, 참된 선택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세상을,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제대로 듣고 보고 깨닫고 느낀 후, 저마다 정립된 가치관과 소신으로 기꺼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처음 투표한 처지에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조금은 우습고 낯뜨겁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말이라 생각해 마음 속에 머금고 있던 것을 용기내 뱉어본다. 나는 어느덧 스무살이 되었고 첫 투표도 경험했지만, 아직 어리고 여전히 모르는 게 많다. 하여 그만큼, 나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에 비해 지니고 있는 편견과 고정관념이 적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이런 어리고 미숙한 말들이 누군가에겐 더 와닿지 않을까.
 다음번 투표 때는 내가 지금보다 더 성장하고 성숙해졌기를 바란다. 여전히 모르는 게 많고, 알고 싶은 게 많은 나는 계속 노력할 것이다. 눈 가리고 귀 막은 채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며 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는 사람으로 살기를 바란다. 첫 투표 소감 끝!

 

- 글/사진: 박세현(풀무고 창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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