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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계 여성의 날 맞이

존재하는 한 이야기하라” 홍동면 영화상영회 후기

 

여성의 지위 향상, 참정권 요구 등 성차별 철폐 운동을 기념하고자 만들어진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우리 마을에서도 여성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성의 날은 1908년 임금격차와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 있던 미국 여성노동자들이 노동 조건 개선과 여성의 지위 향상, 참정권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들은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는데요. 빵은 굶주림을 해소할 생존권’, 장미는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을 의미합니다. 한국에서는 1920년 처음으로 기념행사가 열렸는데 일제강점기 이후 중단되었다가 1985년 다시 진행되었습니다. 홍동에서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지난 38일 홍동중학교 해누리관에서 진행된 여성의 날 행사에서는, 인류의 절반인 여성이 약 40여년간 겪는 월경본격 탐구 다큐멘터리인 <피의 연대기>를 상영했습니다. 또 상영회 전에는 다양한 월경 용품과 여성의 삶을 기록한 책들을 함께 전시하였습니다. 또한 마을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민들이 만든 공예품 선캐쳐와 몸 그림 전시도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월경 용품 전시'에는 접할 수 있는 정보, 개인적인 성향, 몸의 변화 등을 이유로 여성들이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는 월경용품들을 소개하였습니다. 한국 여성 중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일회용 월경대와 안전성, 건강 등의 이유로 사용하고 있는 면월경대, 삽입형 일회용 월경대로 수영, 운동 등의 활동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탐폰, 삽입형 월경대로 인체에 무해한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져 영구적 재사용이 가능하고 잠잘 때, 수영, 운동 시에도 사용가능한 월경컵을 전시하였습니다. 월경 용품 전시를 살펴본 많은 이들은 이렇게 다양한 월경용품이 있는 줄 몰랐다. 여성들이 자신의 몸과 상황에 맞는 용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또한 그동안 마을에서 함께 읽어왔던 책들 가운데 여성의 경험과 목소리로 기록된 <페미니즘의 도전> 등등 십여권의 여성 관련 책들을 전시했고요, 청소년전용공간 ㅋㅋ만화방에 있는 <익명의 엄마들>과 같은 만화책 십여권도 함께 소개하며 전시했습니다. 다양한 여성들의 삶과 목소리가 담긴 내용들이라 참석한 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셨습니다.


영화 상영 시간이 다가오자 해누리관에는 삼삼오오 모여 함께 영화를 보러 온 홍동초등학교와 홍동중학교 친구들,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온 가족들, 완경을 한 여성들, 월경을 경험하고 있는 여성들과 경험하고 있지 않은 남성들까지. 다양한 동네사람들이 자리를 채워주었습니다. 영화 상영 전에는 3.8 세계 여성의 날이 어떤 날인지, 마을에서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이유, 함께 볼 영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이들이 자리한 가운데 영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영화는 한 달에 한 번, 살아가면서 적어도 400번의 피 흘리는 경험을 하지만 월경을 월경이라 부르지 못하고 그날이라 에둘러 표현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월경을 역사, 문화, 사회적으로 억압하고 불경한 것으로 여긴 오랜 역사와 편견을 돌아보며 우리의 생각과 태도, 사회 제도, 교육 등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변화되어야 하는지도 이야기합니다어쩌면 비슷한 이유로, 어쩌면 조금씩은 다른 이유로 영화를 보러 한 데 모인 이들은 어떤 장면에서는 함께 웃었고, 어떤 장면에서는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습니다.


영화 상영을 마치고 진행된 퀴즈 시간에는 여성들이 사용하고 있는 월경용품 세 가지를 말해주세요(일회용 월경대, 탐폰, 생리컵 등)”, “여성들이 참정권과 성차별 철폐 운동을 하며 외쳤던 구호는?(빵과 장미)” 3.8 세계 여성의 날과 월경에 대한 질문을 했습니다. 답을 하신 분들께는 마을 단체들에게 협찬받은 책 <우리가 만드는 피임사전>, <양성평등에 반대한다>와 이브젤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감을 나누고 싶으신 분이 계시냐는 질문에 중학생 친구와 초등학생 친구가 손을 번쩍 들어 이전에는 잘 몰랐던 것들을 영화를 보고 나서 알게 되어 좋았다”, “아직 월경을 하지 않는데 앞으로 도움이 많이 될 거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어주었습니다.

이어서, 홍동중학교에서 애향공원까지 논길을 따라 달빛 행진을 하였는데, 날이 흐린 탓에 밝은 달빛의 안내를 받아 걷기는 어려웠지만 함께 걷는 사람의 말소리와 웃음 소리를 안내 삼아 달빛 행진을 했습니다.


시간관계상, 영화를 함께 본 이들이 어떻게 영화를 보았는지, 자신에게 어떤 이야기가 다가왔는지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는데요. “영화 상영 이후 마을 학교에서 전교생이 모여 <피의 연대기> 함께 봤다는 이야기, “돌아보니 월경을 했던 시간들이 소중했다. 그 때는 여성의 몸을 돌보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려웠는데 요즘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소중히 돌보고 활발하게 소통하는 모습들이 좋아보인다는 완경을 한 어머니의 이야기, “월경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 “이전에 사용하던 월경용품이 아닌 다른 월경용품을 사용해보고자 친구들과 함께 생리컵을 구입했다는 이야기, “남성들뿐만 아니라 여성들 사이에서도 월경에 대해 얘기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는데 영화를 함께 보고 물꼬가 트인 것 같다는 이야기가 따뜻한 봄 바람처럼 솔솔 들려옵니다.


영화에 나오는 여성들은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를 꺼내놓습니다.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와 마주하게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되지 않은 이야기들, 익숙하게 여기고 있는 이야기들을, 이야기하고 질문하는 순간들이 우리의 일상에서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글: <행복한성이야기모임> 맹아 / 사진: 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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