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계] 마을기록학교① "마을 고유의 정서를 기록해보자!"

'마을기록의 이해'

 

 

 

지난 9월 14일(목) 저녁 6시 30분, 지역센터 마을활력소 2층에서 <마을기록학교> 1강이 열렸다. <마을기록학교>는 지역센터 마을활력소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매달 2회씩 충남 홍성(홍동/장곡) 지역단체들 소식을 발행하는 마을뉴스 《마실통신》이 함께 기획했다. '우리 마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중한 일상들을 기록으로 잘 남겨보자'는 취지로, 9월부터 10월까지 총 8강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마을기록학교> 1강은 마을이나 지역단체 등등 다양한 기록에 관심사를 가진, 다양한 연령대의 지역주민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신대학교 기록관리대학원 이영남 교수를 모시고 '마을기록의 이해'을 주제로, 일반 기록물과 달리 마을기록에 대하여는 어떠한 태도로 접근해야 할 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수업에 앞서, 소개하는 시간을 통해 '본인이 속한 단체의 기록물을 정리하고 싶다'거나 '자신의 마을 활동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기록하는 방법을 배워서 마을 사람들을 기록하고 싶다' 등등 기록에 대한 관심과 수업 참여 동기를 전했다.  


이영남 교수는 2008년부터 홍동 지역과 인연을 맺고 매주 목요일마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고등부)와 풀무학교 전공부에서 자신의 역사를 쓰는 '임상역사' 강의를 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마을기록수집가 양성과정' 강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 교수는 <마을기록학교> 1강부터 3강까지 맡아, 마을기록 전반에 대한 이해와 마을 기록물 관리방법 등의 수업을 진행한다.


이영남 교수는 이날 본인이 작성한 글'기록의 문법-마을기록'을 함께 읽으면서 "기록에는 이미지가 있다. 오늘은 기록의 이미지를 어떻게 끄집어내면 좋을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수업은 이 글을 함께 낭독하며 대화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 교수는 우선 '기록에 대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질문을 던지면서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 중의 하나로 기록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기록은 인간의 삶을 기반으로 삼으며 진화했고, 어쩌면 인간은 농사를 짓기 이전부터 이야기로 기록 농사를 지어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또 함께 읽는 글에서 한 여관업자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유년의 추억이 담긴 동네가 개발 콘크리트로 뒤덮인 풍경을 바라보는 내용을 소개하며, "보통 기록은 감정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마을 기록은 어떤 감정이 만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기록하는 사람에 따라 마을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 감정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어서 이 교수는 제주의 마을 담벼락 전시회를 소개하면서, 이날 참석자들이 각자 기억하고 있는 마을의 담벼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자고 했다. 한 참석자는 운월리 갓골어린이집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를 떠올리면서 "작년부터 풀무학교 학생들이 그 담벼락에 벽화를 그렸는데, 아직 완성이 되지 않아서 사람 눈도 색칠이 안 되어 있고 말풍선도 비워져 있다. 그 앞을 지날때마다 오히려 빈 공간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상상할 수 있는 것 같아 재밌다"고 소개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같은 담벼락에 대해  "그 벽화는 제가 일하는 단체에서 지원하는 사업이었는데 아직도 사업이 완료되지 못했다. 얼마 전에 벌써 칠해놓은 페인트가 떨어지고 있는 걸 발견했다"면서 마무리하지 못한 숙제를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아 그 앞을 지날때 한편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뒤, 이어진 시간에는 '기록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교수는 "사실 기록이 정보와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하지만, 기록 자체만 본다면 글자만 있을 뿐이지 아무 것도 없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기록 작업을 하기 이전에 우리 안에서 기록을 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을의 무엇을 기록하고 왜 기록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생각해봐야하고, 그것이 기록물을 살아있는 기록으로 만든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보통 공공기관에서는 ①수집 ②분류/정리 ③보존/활용(공유) 순서로 기록 작업을 한다면, 마을 기록의 경우에는 수집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순서를 달리 생각하여 우선 어떻게 마을사람들과 활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공유할 지에 대하여 먼저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또 이 교수는 "기록관리(아카이브)에서 주요한 구성 요소가 '기록물', '기록물의 보존 공간', '기록자' 3가지인데, 여기서 대개는 '모아야 하는 기록물'만 떠올리기 쉽다"면서 "항상 공간과 기록하는 사람을 함께 떠올려야 하고, 무엇보다 기록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대구에 위치한 위안부역사관 '희움'이라는 단체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그 단체가 기록물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네트워킹이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어느날 위안부 문제를 연구하던 한 외국인 학자가 그곳을 방문해서 기록물을 보게 되었는데, 희움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이 이 학자와 지역 사람을 연결시켜주면서 기록을 통해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기록을 통해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고, 기록을 통해 새로운 활동이 생겨난다는 얘기다. 

이어서 이 교수는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에서 발행하는 풀무회지에 나왔던 '농사네트워크'를 예로 들면서, "농사를 지으면서 돼지와 닭, 미생물이 인간의 삶으로 들어오고 농사를 통해 순환하듯이, 기록 또한 혼자서만 하기보다는 서로 연결하여 함께 네트워크하는 활동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마을기록학교 2강은 9월 22일(목) 저녁 6시 30분, 좀더 넓은 지역센터 마을활력소 1층에서 '마을 기록물의 분류와 정리방법'을 주제로 수업이 진행된다. (*문의: 010-8799-5879)

 

 

글: 《마실통신》 문수영 / 사진: 《마실통신》 신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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