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2018학년도 Pre 자유학기 6학년 수학여행 지리산 종주

아이들의 기운이 모여 함께 오른 지리산

 

 

홍동초등학교에 와서 6학년 담임이 되고 아이들과 함께 하나가 될 수 있었던 일이 지리산 종주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은 지리산을 다녀오고 나서 든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만난 32일 첫 날부터 든 것이었다. 아이들과 지리산 종주를 함께 걱정하고 함께 기대하고 함께 기다렸기 때문이다.

7, 여름방학이 다가오고 지리산 종주 현장답사를 가게 되었다. 먼저 갔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두에서 3학년 선생님이, 내가 그 뒤를 따르며 지리산을 올랐다. 지리산의 길을 하나하나 기억해야 우리 아이들과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지리산의 돌 하나 하나를 기억하다보니 머리가 복잡하였다. 다리가 아파오고 머리가 어지러울 때, 집에 두고 온 우리 아이가 떠올랐다. ‘부끄러운 엄마가 되지 않아야지!’, 우리 반 아이들이 떠올랐다. ‘부끄러운 샘이 되지 않아야지!’ 현장답사가 끝나고 건강하게, 안전하게 지리산을 다녀오는 것을 목표로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9월이 다가오고 지리산 종주를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아이들은 지리산에서 우리가 얻을 것들이라는 주제에 대해 <가족, 효심, 다른 세상, 힘듦, 이겨내는 힘> 등을 이야기했다. 지리산에 가져갈 것들과 그 곳에서 어떻게 지내야할지 시뮬레이션을 해보며 친구들과 해맑게 웃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910일이 다가오면서 아이들의 설렘은 불안과 초조로 바뀌어 갔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이들의 힘을 믿고 아이들과 함께 할 지리산을 믿었다.

910, 학교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의 응원을 받으며 지리산으로 향했다. 성삼재 주차장에서 노고단까지 오르면서 아이들은 지리산이 이정도야? 이쯤이야 뭘~”하고 말하기도 했다. 부모님들께서 몇 분 노고단에서 삼겹살 파티를 준비해주셔서 아이들은 아직도 노고단에서 먹은 삼겹살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다고 할 정도로 정말 좋은 대접을 받았다.

911일 노고단에서 연하천까지 가는 길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아침밥을 해먹고 점심때 먹을 주먹밥을 화기애애했다. 노고단까지 올라 천왕봉 푯말을 보며 연하천을 향해 걸을 때까지만 해도 우리들의 여정이 어떠한지 몰랐을 것이다. 선봉대는 230분쯤 연하천에 도착하였다. 어벤져스 팀이라 이름 붙인 아이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산을 쉽게 봤다. 하지만 우리반 주환이가 뒤에 쳐졌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아이들은 걱정이 시작되었다. 그래도 함께 해주신 학부모님께서 주환이를 챙기기 위해 다시 발을 돌렸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사한 마음이었다. 우리 아이들의 부모님들께서도 모두 한 마음으로 아이들이 종주를 잘 하기를 기도하고 계실 것이라 생각하니 아이들과 함께 친구의 안전한 산행을 바라며 한 마음이 되었다. 다행히 모두 연하천에 도착하고 꿀같은 잠을 잘 수 있었다.

912일 연하천에서 장터목까지의 산행이었다. 그래야 13일에 천왕봉 일출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종주 계획에서 가장 해보고 싶은 게 천왕봉 일출을 보는 것이었기에 꼭 장터목까지 가야하는 길이었다. 그런데 며칠간의 피로가 누적되었는지 5명의 아이들이 뒤쳐졌다. 장터목에 도착했던 남자 어른들은 짐을 가지러 다시 길을 돌아 가야했다. 아이들을 기다리며 장터목 탐방로 앞을 지키고 있던 나는 대피소 직원분들이 함께 해주시겠다는 말씀에 아이들을 찾아 함께 나섰다. 다행히 아이들이 힘을 내서 장터목 가까이까지 와있었다. 모두 대피소 직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대피소에 들어왔고 친구들이 따뜻하게 해놓은 햇반을 먹은 후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913일 아라와 연우는 정말 힘들지만 친구들과 천왕봉 일출을 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며 새벽 산행을 위해 일어났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 다시 대피소로 돌아 가야했다. 아이들의 용기와 결정에 크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려가면서도 정말 아쉽다며 꼭 일출을 보고 와달라는 말이 가슴에 남았다.

아이들은 천왕봉까지 오르고 올랐다. 날씨가 좋지 않아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지리산에 펼쳐진 운해를 보며 아이들은 아쉬움을 달랬다. 아침밥을 해먹고 백무동으로 내려오는 길, 아이들은 한 줄로 서서 천천히 내려왔다. 혼자 먼저 내려와 등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하나가 되어 우리가 내려오는 길에서 아이들은 답답해도 참아야했고 급하고 혼자 해내고 싶은 자신의 마음도 참아야했다. 그리고 모두가 지리산에서 내려왔다.

아이들과 계획단계에서 약속한 대로 가까운 인월에 들러 목욕탕에 가서 함께 목욕도 하고 중화요리집에 들러 자장면과 짬뽕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아이들은 자장면 맛집에 와서 먹었다며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과 함께 한 지리산 종주는 34일이지만 지리산 종주에서 배운 <함께 한 우리>라는 배움은 계속되고 있다. 아이들은 지리산에서 배운 대로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고 친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지금도 To be continued ...

교사로서 아이들을 데리고 지리산 갔다 오느라 고생했다.”라는 말을 들을 때면 이렇게 말한다. “제가 데리고 간 게 아니라 아이들의 에너지로 함께 갔다 올 수 있었어요.”

아이들의 성장과 배움이 교사를 성장을 가져왔고 이 힘으로 아이들과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홍동 6학년 달빛반 아들, ~ 고맙고 사랑한다.

 

 

<학생 글>

김수현

제목 : 길에서 만난 사람들, 천사

지리산에 처음 올라갈 때는 몰랐다. 지리산이 지옥산인 것을... 처음에는 어깨만 살짝 아파서 지리산의 무서움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둘째 날부터 힘들어졌다. 가면서 진짜 죽는 줄 알았다. 그땐 너무 힘들어서 200미터를 30분에 갔다. 평지로 따지면 5분에 가는 거리다. 그런데 어떤 할아버지 몇분이 가면서 힘내라고도 하시고 거의 도착했다고 하시는 분도 있었다. 그리고 은호와 민성이를 만난 뒤, 속도가 더 빨라져서 생각보다 더 빨리 연하천에 도착했다. 연하천은 사람이 꽤 있었다.

난 내일을 기약하며 일 찌 잤다. 아무리 그래도 오늘보다 힘들진 않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불행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천사분들도 만났다. 천사처럼 마음씨가 아주 좋으셨다. 가는 길에 양갱도 주시고 같이 가자고 까지 말하셨다. 정말 좋긴 했지만 너무 힘들어서 쉬고 갔다. 아라와 주환이가 멀리 떨어진 것도 알았다. 나하고 2시간 차이가 난다고 알려주신 것도 그 분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진짜 대단하시다. 2시간 거리를 따라잡은 거니까 최소한 시간을 거슬르신 것같다. 가는 길에 날개 없는 천사님이 아주 많이 계셨다.

유시온

제목 : 5학년들에게

내년에 너희가 아마 지리산을 가잖아, 지리산이 나는 큰 바위도 많고 험난한 줄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바위는 많이 없었어. 평길이나 계단도 엄청 많은데 다른 산보다 많이 걸을 뿐이야. 노고단 가는 길은 오르막밖에 없어. 대신 정말 오르막 밖에 없어. 난 지금길을 몰라서 빙 돌았어. 산을 탈 때 어떤 아저씨께서 체력이 강한 것도 좋지만 길을 잘 찾는 것도 좋은 재주다라고 하신 게 길을 잘못 들었을 때마다 계속 생각나더라. 나는 무작정 앞만 보고 걸어서 괜히 어려운 길로 갈 때가 완전 많았거든. 노고단 대피소에 왔을 때, ‘양치도 못하고 나무 침대에서 자야하고 너무 별로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 곳이 제일 좋았던 곳같아. 노고단에서 다시 연하천으로 갈 때는 초반에 또 쭉 오르막이다. 너무 더워서 입고 있던 잠바도 벗었어. 그리고 스틱을 가져간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가방이 생각보다 너무 무거워서 몸이 앞으로 기울 것 같더라고...

긴 데크 계단이 나온다면 기대해도 좋아. 항상 그 후에 점심 먹는 곳이나 대피소가 나오거든! ~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니 연하천이 나왔어. ‘이게 천구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더. 여기부턴 화장실이 푸세식이더라. 근데 34일 동안 화장실을 많이 안간 것 같아. 지리산 하면 반달곰이 생각하는데, 나는 못 봤어. 일출도 6시에 도착했지만 보지 못했어. 너희는 꼭 봤으면 좋겠다. 일출 보러가는 천왕봉 가는 길이 바위가 완전 많았어. 그래도 무사히 왔지. 나는 힘들었지만 좋았어. 정말 좋은 추억이 된 것 같어. 그럼 너희도 잘 갔다 오길 바라.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