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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중 학부모회 비폭력대화 2기 수업'을 듣고..>


 여러 가지 의견을 조율하고 연결하는 학부모대표라는 자리는 내게 여러 가지 문제의식을 갖게 했다. 특히 성평등 강의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통해 다양한 가치나 의견에 대한 충돌을 경험하면서 그 문제의식은 더욱 깊게 다가왔던 것 같다. 불특정 다수 혹은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었다면, 혹은 내가 대표라는 자리가 아니었다면 이 문제가 그렇게까지 깊게 다가오진 않았을 테지만 한 마을에 사는 학부모들간의 가치가 부딪히고 그 사이에서 어느 한쪽의 개인적인 입장에 서서 주장하기 어려웠기에 그 시간이 무척 어렵고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과정에서 가치의 경중을 따지는 것도,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도 갈등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못 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리고 나의 가치가 절실하고 중요한 만큼 상대에게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걸 체감했다.


 그 때 회복적 생활 교육을 만나다라는 책을 접했다. 인간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기본은, 인간이 모두 자신의 욕구를 이해받고 싶어하고 그것이 좌절될 때 아파하고 상처받는 존재이기에 연민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아는 것에서 출발하되 그것을 몸으로 머리로 익히고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자신은 외롭게 되고 상대와는 연결이 끊기게 되며 그것이 공동체를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있었다


 난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비폭력대화의 체화가 절실했다. 그래서 오래 동안 비폭력대화모임을 해오시고 작년에 1기 학부모 모임도 주관하신 홍동중학교 선생님께 '비폭력대화 2기 학부모 모임' 주선을 부탁드렸다. 그렇게 비폭력대화 2기 모임이 시작됐다.

김순임(수마나)님을 강사로 모시고, 10여명의 학부모들이 모여 7회의 강의를 이어갔다. 처음엔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이 얼마나 가치판단적이고 평가적이고 비난과 추궁을 담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조차 힘들었다. 이 모든 것을 배제한 관찰만으로 나와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는 사실도 연습을 통해 확인했다. 관찰에서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인식하고 그 느낌속에 숨겨진 진정한 욕구를 이해하고 그 욕구에 대해 진정성있게 부탁하는 방식의 말하기까지 단순한 말자체의 테크닉이 아닌 인식의 전환이 없이는 불가능한 과정이었다. 정말 깨달음의 과정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홍동으로 이주한 지 횟수로 3년차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홍동의 각종 모임에서 보여준 퍼실리테이션 기법(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의견을 모으고 협의를 수립하는 회의기법)이나 감정코칭, 내면아이교육, 평화적 나눔분위기조성, 각종 인문학강좌 등 이런 모임들을 경험하면서 신선함과 동시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의심도 들었고, 전면적 직접적으로 거칠지만 진솔한 소통을 하는 것이 아닌 교양으로 덫칠되고 외교적이고 안전한 관계만이 양산된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인간관계란 서로에게 파고드는 치열함과 서로에게 준 상처에 대한 책임까지도 함께 하는 것이어야 진짜라고 믿었던 나에게 이 관계가 주는 미끌거림이 약간 낯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젠 좀 알 것 같다. 모두와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안전하기라도 해야한다는 것을.. 공동체는 안전을 전제로 좀 더 많은 더 넓은 공동체로 확장되고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을.. 홍동이 다양한 사람들이 공생하고 생태적이고 평화로운 공동체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이것을 먼저 깨달은 사람들의 힘과 노력때문이었다는 것도..

비폭력대화모임은 내 인식의 변화와 실천을 통해 우리 공동체가 느슨하지만 견고하게 다양하지만 안전하게 서로를 만나고 깊어질 수 있는 힘이 되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소중한 모임이었다. 한번의 깨달음은 크되 자칫 쉽게 잊고 예전으로 돌아갈지 모를 내게 다시 한번 꾸준할 것을 다짐하며 이 글을 마친다.



글: <홍동중학교 학부모회> 마수리 / 사진: <홍동중학교 학부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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