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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열린 셰어하우스 입주자회의



따로 또 같이 '홍동 셰어하우스' 이야기


아침 5 40, 알람이 울립니다. 비몽사몽한 채로 자꾸 감기는 눈을 뜹니다. 방문 너머로 소리가 들려옵니다. 달깍, 문이 열리는 소리. 쏴아아, 물이 내려가는 소리. 삐비빅, 밥솥 뚜껑이 열리는 소리, 달그락달그락, 접시 꺼내는 소리. 가족이 아니지만 함께 살아가는 우리 집의 하루는 이처럼 조심스레 서로의 소리를 공유하며 시작됩니다.  


지금 제가 사는 곳은 <홍성여성농업인센터>에서 <홍성군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올해 12월까지 임대한 셰어하우스(공동생활공간)’입니. 입주자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성, 청년, 비혼일 것. 상대적으로 주거 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비혼 여성 귀농귀촌인'을 위한 조건입니다. 현재 세 채의 집을 임대중이고, 각 집마다 3명씩, 20대에서 40대까지 총 9명의 여성들이 이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습니다매달 홍성여성농업인센터와 함께 전체셰어하우스 입주자회의를 열어 의견을 나눕니다. 


셰어하우스에는 저처럼 홍동면에서 학교나 직장을 다니며 여러 해 동안 살아온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전국 각지에서 온 다양한 여성들입니다. 어떤 이는 홍동의 독특한 분위기에 이끌려서, 또 다른 이는 귀촌을 준비하기 위해서, 그리고 누군가는 청년 농부의 꿈을 꾸면서 이 집을 찾아왔답니다.


셰어하우스는 혼자 사는 집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당번을 정해서 청소를 하고, 냉장고를 너무 많이 차지하지 않도록 항상 신경을 씁니다. 친구를 초대할 땐 양해를 구하고, 밤에는 조심조심 움직입니다. 누군가 부엌을 쓰고 있을 때는 다음 차례를 기다립니다.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생활이지만, 좋은 점도 많습니다. 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고 공유할 수 있고, 생활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비용을 나눠서 부담할 수도 있습니다. 때때로 입주자들끼리 맘먹고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작은 파티를 열기도 합니다


많은 부분에서 이곳은 놀라울 만큼 안락한 집입니다. 무료 집세라는 조건도 파격적입니다. 아주 많은 배려를 받고 있다는 걸 항상 느낍니다. 하지만 올 12월 말에 계약이 끝나면 어디로 가야 할지 생각하다 보면 고민스러워집니다. 돈 문제는 둘째 치고서라도, 차 없이 면소재지로 출퇴근할 수 있는 집을 내가 구할 수나 있을까. 운이 따라준다면 구할 수 있겠지. 하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어디로 가게 될까.’ 글로 쓰기조차 민망할 만큼 날 것 그대로인 이 막막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든 되겠지!’ 경험으로 쌓아 올린 배짱으로 불안감을 내리누릅니다. 다행히 저에게는 아직 몇 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조심스럽지만 평화로운 이 집의 생활을 소중히 여기면서, 아직은 안개에 싸인 것처럼 흐릿한 앞날을 기다려보려고 합니다.


글쓴이: <홍동 셰어하우스> 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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