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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초, 가을걷이 하던 날



지난 봄날, 찰랑거리고 질척이는 논바닥에 정성스레 심었던 파릇한 모들이 여름내 자라나, 어느덧 갈무리하는 가을이 왔습니다. 콤바인이 바삐 오가며 들녘을 하나둘씩 비워가는 시기, 홍동초등학교에서 손벼베기 행사가 열린다기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10월 12일(목) 오전 9시부터 홍동초등학교 아래 운동장 논에서 가을계절학교 '가을추수활동' 을 가졌습니다. 홍동초 4~ 6학년 학생들과 선생님, 학부모 등등이 함께 참여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아침부터 갑작스럽게 찬 바람이 불고 새벽부터 보슬비가 내렸지만, 다행히 비가 많이 오지 않아 무사히 벼를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 운동장 한 켠에 학년별로 팻말이 꽂혀있는 60여평의 작은 '학교 텃논'에는 누런 이삭들로 알알이 맺힌 벼들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특히 이번 가을 추수활동은 벼 베기 뿐 아니라 수확부터 탈곡과 도정까지 마련되었습니다. 학생들이 논의 벼가 어떻게 쌀로, 밥으로 만들어지는지, 그 전체 과정을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지요. 그밖에 떡메치기, 짚풀공예 등 벼와 연결지은 다양한 후속활동들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추수활동의 진행을 도와주신 문당리 주형로 님이 쌀뻥튀기 기계를 가져와서 '오로지 지역의 유기농쌀로만 만든 뻥튀기' 과자를 만들어주셨는데요. 아이들은 기계 앞에 일렬로 늘어서서 뻥튀기 과자 이어받는 놀이도 했습니다. 쭉쭉 끝도 없이 늘어나는 기다란 뻥튀기는 어느덧 어른 두세 명의 키를 훌쩍 넘었답니다. 아이들은 신기해하면서 뻥튀기가 부서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즐겁게 손으로 받쳤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명주실처럼 이어진 뻥튀기가 뚝하고 끊어지자 저마다 아쉬워하는 소리가 흘러나왔지만, 구수하고 바삭한 뻥튀기 맛에 너도나도 달려가 과자를 계속 받아오네요.  

 

 

 

이어서 벼베기, 탈곡하기, 도정, 떡메치기, 짚풀공예 등등 각 단계들을 학년별로 나누어 참여했습니다. 한 사람씩 낫을 들고 논에 들어가 익은 벼를 한 포기씩 베어온 후, 훌태와 발탈곡기를 이용해서 탈곡을 했습니다. 요즘에는 보기 드문, 빗처럼 생긴 훌태와 발을 굴려서 탈곡하는 발탈곡기에 벼를 넣으니 낱알이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받은 올해의 벼이삭은 건조를 해야 되기에, 사전에 준비한 묵은 낱알을 절구로 빻아 직접 도정을 했지요. 이삭을 떨어내고 남은 볏집으로는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새끼를 꼬아 짚공예품을 만들어보기도 했답니다. 또 한 켠에는 떡메치기하는 공간도 마련해서 아이들이 손발맞춰 찧은 따끈따끈한 떡으로 바로 고물을 묻혀 인절미를 만들어 먹고, 학부모들이 부침개와 떡꼬치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준비해 서로 나누어 먹으며 함께 추수를 축하했습니다. 


학교 텃논 둠벙에서 헤엄치는 메기 몇 마리가 보입니다. 올해 문당리 주형로 님에게 받은 메기들인데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많았답니다. 홍동초 권이근 선생님은 "몇차례 폭우에 물꼬가 터지면서 다 빠져나가고 지금 3마리가 남았어요. 다음주에 논옆 연못으로 옮겨놓으면 죽지않고 살거 같아요"라고 알려주시네요. 지난해부터 유기농법 일환으로 문당리 논에서 메기농법을 시행중인 주형로 님은 "메기농법은 잡초 발생이 줄고 수확철에 쌀과 민물고기를 같이 얻는 수익 뿐 아니라 생태교육과 공동체 복원 같은 다양한 가치가 있어요. 예전에는 마을 입구마다 둠벙이 있었거든요. 논에서 메기를 키우면서 옛날 마을 냇가에서 고기잡는 천렵문화도 되살릴 수 있겠죠. 벼바심도 하고 메기도 잡아 마을잔치도 하는 거에요" 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충남 친환경농업인연합회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60평 홍동초등학교 텃논에서 수확하는 쌀 양은 '세 말 반'이나 된답니다. 올해 수확한 벼는 햇빛에 잘 건조시키고 도정을 거친 다음, 떡을 만들어 이후 학교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에서 음식으로 나누어 먹을 예정이라고 하네요. 한 해 동안 햇빛과 물과 바람을 받으며 길러진 귀한 벼 거두는 날, 함께 추수를 축하하는 잔치로 온 마음이 풍성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글: 《마실통신》 문수영, 정영은 / 사진: 《마실통신》 문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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