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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종주 네 번째 이야기 ‘지리산에서 나와 너를 만나다!’

 

 올해 무사히 아이들과 지리산종주를 마쳤다. 9월 17일부터 20일까지 3박 4일 총 38킬로 산길을 걸었던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씩씩하게 포기하지 않고 해냈고, 종주 내내 걷고 자연을 보며 몸으로 부딪치고 느꼈다. 

 산에서 아이들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첫 날 일정은 가볍게 성삼재 주차장에서 노고단까지 몸을 풀며 마치고 둘째 날은 노고단에서 연하천까지 산행이 이어졌다. 푸른 가을 날씨를 흠뻑 느끼며 지리산을 걸었다. 10시간, 10킬로가 넘는 일정이었지만 각오를 단단히 해 다들 무난히 둘째 날까지 일정을 소화했다. 올해에는 아이들이 체력이 좋아 어렵지 않게 해냈다. 예비산행과 체육시간 체력 기르기 활동이 도움이 된 것 같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마음 준비를 하고 종주에 참여한 게 좋았다. 

 셋째날 일정은 연하천, 벽소령, 세석까지 10킬로 구간이었다. 벽소령에서 점심을 먹고 세석까지 8시간 산을 탔다. 빠른 아이들은 5시간 만에 오기도 했다. 그동안 피로가 쌓이고 어깨와 팔, 다리가 쑤셔 뒤뚱뒤뚱 걷지만 아이들 얼굴은 밝다. 저녁에는 부모님들이 주신 편지들을 아이들이 읽고 부모님께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3일 동안 힘들었던 기억과 부모님 생각이 겹쳐 여기 저기 울음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에게 써준 작은 쪽지도 전해줬다. 

 그동안 당연하고 편했던 것들이 지리산에 오면 낯설고 불편하다. 그런 불편함 속에 아이들은 배운다. 밥 먹고 치우고 잠자고 씻는 것이 이곳에서는 당연하지 않다. 밥도 내가 먹을 걸 짊어지고 와야 되고 직접 해먹고 치우며 쓰레기도 가져와야 한다. 씻지 못해도 시원한 물 한 바가지로 개운할 수 있다는 사실과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도 배우게 된다. 

 마지막 날 일정은 세석에서 일출을 보고 장터목을 거쳐 천왕봉을 갔다. 백무동으로 내려오는 13킬로 코스다. 하산길이라 내리막이지만 오히려 더 힘들었다. 새벽부터 서둘러 짐을 챙겨 나와 일출을 보러 5시에 출발했다. 새벽 칼바람이 매서웠다. 전날까지만 해도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는데 구름이 잔뜩 끼어 결국 일출은 보지 못했다. 대신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빛깔로 아쉬움을 달랬다. 장터목에서 아침을 먹고 그동안 다져진 다리 힘으로 마지막 정상에 올랐다. 도움반 학생도 포기하지 않고 함께 올랐다. 아이들은 끝까지 함께 기다리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예상보다 조금 늦었지만 장터목에 내려와 점심을 먹고 2시쯤 백무동으로 내려갔다. 5시가 넘어 도착한 아이들은 쓰러질듯 내려왔지만 조금 쉬니 금세 회복해 신나게 논다.  

 저마다 배우고 깨닫는 것들이 다르겠지만 무엇보다 낯선 환경과 힘든 것들을 이겨내며 몸으로 부딪친 경험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내려오며 아이들은 내년에도 6학년 아이들이 지리산에 가야한다고 신신당부를 하는 것이 선배들의 배려인지, 복수심인지는 예상이 되지만 또 지리산에 오고 싶다는 아이들도 꽤 있어 기분이 좋았다. 지리산 풍경을 담고 내려오는 길에 잠시 눈을 감으니 꿈을 꾼 듯한 느낌이 든다. 정말 멋지게 종주를 해낸 6학년 아이들과 도움을 주신 마을학부모지원단, 그리고 교직원 분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힘들 때 꺼내보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길 기대하며 내년을 다시 그려본다. 

 

글/사진: <홍동초등학교> 교사 김명중

 

 

바람 산 건너 천왕봉

 

6학년 김현준

 

산을 걸었네

산을 걸었네

 

오르막 길 걷네

내리막 길 걷네

 

걸어도 산

걸어도 또 산

 

걸어 걸어 

계속 걷다보니

천왕봉에 도착

가족의 약속 지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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