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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한여름의 폭염과 폭우를 견뎌내고, 벼꽃이 피어납니다. 8월도 끝자락인가 봅니다. 아침저녁으로 풀벌레 소리는 높아가고 바람은 선선해집니다뜨거웠던 여름은 차츰 식어갑니다. 김매기가 서서히 끝나가는 요즘이면, 잠시 한 숨 고르면서 지난 날들을 돌아볼 짬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이 동네로 이사와서 처음 맡은 일이 홍동 장곡의 '지역단체 뉴스레터(2010)' 였습니다. 당시를 떠올리면, 농촌살이를 막 시작하면서 새로 사귄 동네 이웃들과 마실다니는 재미에 신났던 기억이 납니다. 길가다 마주치면 붙들려(!) 들어가 갓 딴 옥수수 자루들을 받아오기도 하고, 어스름한 저녁 무렵엔 막걸리 한 사발씩 두런두런 나누기도 했지요. 이집 저집 다니면서 요즘 마을 돌아가는 이야기도 듣게 되고 농사 초짜에게 유용한 정보도 알게 되는 동네 마실. 그러다 지역단체 뉴스레터를 2011년 개편하면서 마실통신이라는 새 이름도 떠올랐답니다.

 

어느덧 새댁이라 불리던 그 시절은 지나갔고,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는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갑니다. 아이 낳으면서 손 놓았던 마실통신을 올해부터 다시 맡았습니다. 혼자 했던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마을살이를 기록하여 알리고 싶은 마을 청년들 여럿이 팀을 이루어 새로운 형태로 변신했습니다. 2017년에는 좀더 발빠르게 마을 소식을 전하기 위해 3월 개편준비호(101호)를 거쳐 4월부터 한 달에 두 번, 매달 1일과 15일에 펴냈습니다. 다양한 세대들이 접하기 쉽도록 종이 인쇄물과 온라인 이메일 뉴스레터를 같이 내고 있습니다. 마실통신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 등 SNS도 운영중입니다. 배포처와 배포 부수도 지난 해보다 대폭 늘어났습니다.


이번 2017 상반기 합본 특집호는 올해 달라진 마실통신을 그저 하나로 묶기보다는, 지난 시간들을 되짚어보면서 다시 발견하고 채우고 정리/보존하여 아카이브하고자 했습니다.

우선 2017년 발행된 마실통신소식들을 달력 형태로 재구성하여 20178월까지 마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추려보았고, 올해 새로 시작한 코너 마실 돋보기’를 한데 모아서 둘러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올 상반기 마실통신에서 다뤘던 짤막한 소식들 가운데 좀더 알고 싶거나 궁금한 내용들을 새로 추가하여 긴 호흡으로 담았고, 그동안 지면이 부족하여 들어가지 못했던 이야기도 넣었습니다. 마을의 학교와 단체, 모임들에서 각각 2017년 상반기를 돌아보며 보내주신 글들도 실었습니다.

 

실은 만드는 과정에서 애초 기획 단계보다 축소되어 특집호’라 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정된 인력과 비용으로 매달 두 번씩 꼬박꼬박 마실통신을 내면서 동시에 합본특집호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수고와 도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

었지요. 원고 마감 시기가 농번기라 그런지 글을 모으기 쉽지 않기도 하여 '소소한 특집호'가 되었습니다. 

조금 서툴고 다소 아쉽더라도 결핍은 결점이 아니라 가능성이란 말에 기대어보려 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마을의 새로운 변화를 담은 '2017 마실통신상반기 합본 특집호'를 내놓습니다. 이번 특집호를 통해 우리 마을의 올봄부터 여름날의 기억을 같이 돌이켜보면서, 동네 마실 다니듯 쉬엄쉬엄 찬찬히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홍동과 장곡 지역 마을 전체를 담기에는 아직 역량이 부족합니다. 때때로 빠뜨린 마을 소식들을 뒤늦게 알게 되면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러다 마실통신구인광고를 보고 취직했다는 이야기나 마실통신》에서 알려준 사업을 신청했는데 선정됐다거나 마실통신》 발행일에 맞춰 행사날을 잡아야겠다는, 마을 분들의 관심과 응원의 말씀을 들으면서 힘을 냅니다. 어떨 때는 저한테 마실통신에 이거 나왔던데, 봤어요?”하고 알려주시는 분들도 가끔 있답니다. 하하. 이번 특집호가 나오면 마을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갈지 궁금해지네요.

 

올해 한 달에 두 번씩 마실통신을 내다보니 함께 만든다’는 의미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바쁜 일상 속에도 꼼꼼히 챙겨서 소식 알려주시는 마을의 학교와 단체와 이웃 분들 덕분으로 마실통신이 점점 더 알차지고 있답니다. 다가오는 가을에도 서로 도와가면서 함께 만드는 마을뉴스 마실통신을 나날이 풍성하게 채워가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마실통신》에서 만나는 '우리 마을'이  더욱더 넓어지면 좋겠습니다. 마실통신》이 우리 마을의 일상에 의미와 활기를 주는, 살아있는 기록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특집호를 위하여 삼복더위에 같이 땀흘리며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한 마실통신》 문수영, 주신애 님과, 특집호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상반기까지 수고한 이동호 님, 그리고 마음 써주신 마을의 여러 분들을 다시금 떠올려 봅니다. 든든합니다. 고맙습니다.  

 

 

- 2017년 늦여름, 편집장 정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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